[From Naver] 박찬호가 다저스 선발로 복귀할까?
박찬호선수가 다시 선발로 뛰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싶다.
--------------------------------------------------------------------------------
지난 주 LA 다저스의 네트 콜레티 단장이 박찬호(35)와 선발 투수로 재계약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서 국내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습니다.
물론 단 한 문장의 발언이었지만 박찬호가 내년에는 선발 투수를 절실히 원한다는 점과 그리고 친정팀 다저스라는 것이 맞물려 상당히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박찬호가 2009년 시즌 선발 투수로 다시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 보입니다.
일단 콜레티 단장의 말투는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만약 선발 요원이 부족하게 된다면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박찬호를 타깃으로 삼아 꼭 계약을 맺겠다는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
현재 FA가 된 데릭 로우가 미국 동부의 팀에서 뛰기를 원하고 있고, 옵션을 포기한 브래드 페니도 FA가 됐지만 다저스와 재계약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저스는 일본인 투수 구로다와 우완 채드 빌링슬리, 그리고 좌완 클레이턴 커셔 등 3명의 선발이 남게 됐습니다. 신예 제임스 맥도널드도 선발진 합류 가능성이 있지만 그럴 경우 3년차 빌링슬리가 최고참이 될 정도로 경험이 일천한 투수진으로 내년 시즌을 꾸려가야 합니다.
구로다가 일본에서의 경력이 있지만 빅리그는 내년이 2년차입니다.
그러므로 다저스는 적어도 한 두 명의 선발을 더 확보해야 하며 특히 경험이 풍부한 노장의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찬호가 다저스와 재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은 양 측이 모두 그다지 서로를 절실히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NLCS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패해 탈락한 직후 인터뷰에서 박찬호는 더 이상 다저스에 큰 미련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습니다.
박찬호는 내년에도 꼭 다저스에서 뛰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제 그런 것은 없다. 올 해 와서 해봤고, 예전에 있었을 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도 느꼈다. 물론 좋은 점도 아주 많다. 예전에 잘했을 때의 좋은 기억들이나 한국 팬들을 만나는 반가움과 응원의 힘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젠 다저스도 메이저리그의 또 한 팀으로만 남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다저스도 이제 빅리그의 그저 한 팀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정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구원 투수로 한 시즌을 뛰면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에 대한 조 토리 감독의 기용 방법이나 투수 코치 릭 허니컷의 노장에 대한 예우 등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다저스로 복귀할 경우 언제든 다시 불펜 대기조로 편입될 수 있다는 점도 박찬호로서는 그다지 반가운 환경이 아닙니다.
박찬호의 새로운 보금자리 후보로 당장 떠오르는 팀은 LA 에인절스가 있습니다.
에인절스는 존 래키, 어빈 산타나, 조 손더스, 제러드 위버 등의 탄탄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존 갈랜드가 FA로 떠나고 켈빔 에스코바는 부상으로 빨라야 내년 시즌 중반 이후에나 복귀할 수 있어 5선발이 필요합니다.
마이크 소시가 감독과도 돈독한 관계인 박찬호에게는 우승 전력을 갖췄고, LA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에인절스도 매력적인 팀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가지, NL에서 뛰고 싶다는 박찬호의 기호와 맞지 않는다는 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내년에도 AL 서부조 우승이 유력하고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꼽힐 에인절스에 만약 자리가 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캘리포니아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도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자이언츠는 박찬호와 아주 가까운 브루스 보치 감독이 이끌고 있는데 팀 린세컴, 맷 케인, 배리 지토, 조나단 산체스, 노아 로우리 등의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타격 보강을 위해 케인이나 로우리를 트레이드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지토의 부진도 골칫거리입니다.
감독이 본인의 능력을 인정해준다는 점에서 박찬호에게는 매력 있는 팀이 아닐 수 없습니다.
파드레스는 선발진이 붕괴 직전입니다.
매덕스와 랜디 울프가 떠났고 에이스 피비는 트레이드 시장에 나와 이적이 확정적입니다.
크리스 영과 백차승 등 두 명 정도가 확정이고 나머지는 신인들이나 FA 투수들로 메워야 합니다. 자금이 풍부하지 않는 파드레스로서는 거물 FA를 영입할 입장은 아닙니다.
파드레스 시절 강한 인상을 남겼던 박찬호는 특히 크리스 영과는 빅리그에서 가장 가까운 동료 사이입니다. 투수 출신의 버드 블랙 감독도 투수들에게는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습니다.
투수 친화적인 운동장까지 여러 가지 조건에서 박찬호에게는 아주 적합한 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파드레스나 자이언츠는 당분간 우승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약점은 있습니다. 두 팀 모두 타선이 허약하기 때문에 득점 지원은 많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선발 투수로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은 박찬호에게는 승리보다는 기회가 훨씬 중요합니다.
시즌 마감 인터뷰에서도 박찬호는 “일단은 선발로 내 커리어를 가는 것이 더 의미 있고, 더 하고 싶은 일이다. 특히 올해 선발로 몇 게임 등판했을 때 좋은 성적으로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야구 선수로)긴 미래를 남긴 것도 아니고, 어쩌면 구원으로 하면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선발이 더 매력적이고 하고 싶은 임무다.”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아직은 스토브리그가 초기 단계이고 일단 12월 초의 윈터 미팅을 거쳐 거물 FA들이 자리를 잡은 후에나 박찬호 등 노장 중견 선수들의 협상 차례가 돌아오게 됩니다.
박찬호의 입장에서는 항상 거물급 투수를 영입할 수 있는 빅마켓의 부자 팀으로 가는 것은 그다지 선발진입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팀들이 박찬호 같은 경험 많은 노장을 영입하는 이유는 대부분 보험용이라고 봐야 합니다.
올 해 다저스도 그랬지만 특히 작년에 뉴욕 메츠를 선택했다가 낭패를 본 것은 좋은 본보기입니다. 메츠는 선발진이 갑자기 구멍이 생기거나 신인들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에 대비해 박찬호를 데려갔지만 결국은 딱 한번 임시 선발로 나선 것이 전부였습니다.
만약 그 당시 박찬호가 자신을 원했던 워싱턴 내셔널스나 자이언츠로 갔더라면 1년을 마이너에서 고생하는 일은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올 시즌 구위가 회복됐음을 확실히 입증한 박찬호로서는 이제 현명한 판단으로 가장 본인에게 적합한 팀을 골라야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물론 겨울 동안 선발 투수의 몸을 확실히 다시 만들어 놓는 것은 필수입니다.)
선발 투수는 항상 부족한 것이 빅리그이므로 박찬호 급의 투수가 필요한 팀은 분명히 꽤 나옵니다. 그 중에서 선발로 제대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팀을 선택해 1년 보장에 1년 옵션 정도의 계약을 맺게 된다면 선발 투수로서 빅리그 생활을 마치겠다는 본인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